1.제주시 여행
제주는 언제나 아름답지만 봄의 제주도는 더 특별합니다. 꽃이 만개한 도로와 겨울과 다르게 따뜻하게 부는 바람 그리고 석약은 도심에서 지친 이들에게 조용히 손을 내밉니다. 바다 냄새와 귤 향기가 어우러지는 제주여행을 제주시부터 떠나봅시다.
제주의 관문인 제주시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람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도심이지만 제주의 전통과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이곳은 여유롭게 걷기만 해도 여행이 시작된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대부분 렌트카를 이용해 이동하지만 가끔씩 올레길을 통해 오히려 천천히 걸어보는 것이 진짜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시에서는 산지천 주변을 걷는 것이 참 좋습니다. 오래된 다리와 전통시장 그리고 근처에 숨어 있는 소소한 로컬 카페들이 반겨줍니다. 동문시장은 언제 가도 활기가 넘치는 곳인데 봄철엔 제주산 딸기나 풋귤이 제철이라서 보는 재미도 있고, 사는 재미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간단한 어묵이나 회덮밥 등 먹어도 되고, 생선구이 골목에서 맡는 향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함덕해수욕장은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해수욕장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부드러운 백사장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소나무숲이 어우러져 이곳에 살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이곳은 수심이 얕고 아이들과 안전하게 물놀이도 할 수 있고, 해질 무렵이면 노을과 바다가 만나는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사진 촬영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에 좋습니다.
그 외에도 제주 특유의 낮은 돌담집들, 작은 마을버스, 도로를 따라 서 있는 키 작은 야자수들까지 제주시만의 매력은 묘하게 정겹고 따뜻합니다.
2.성산일출봉
제주 동쪽의 보석 같은 성산일출봉은 말 그대로 일출을 보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봄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이곳을 오를 때 서서히 떠오르는 해가 성산봉 꼭대기 뒤로 비치기 시작하면 누구든 그 풍경 앞에서 말을 잃게 됩니다. 성산일출봉의 압도적인 모습 앞에서 그저 가만히 숨을 고르며 감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바람이 많이 불고 지형이 오르고 내려가는 코스가 있다보니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점 참고바랍니다.
성산일출봉은 화산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지형입니다. 초록으로 덮인 완만한 오름은 그 자체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오르는 길마다 주변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봄철에는 들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어 걷는 길마다 생명이 꿈틀거리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정상에 오르면 제주 바다와 우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이 광활한 전망은 도심 속 일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입구 근처에는 해녀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역시 제주 고유의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바다에서 직접 해산물을 캐오는 해녀들의 모습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생업과 자부심의 표식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도 있습니다.
내려와서는 성산 앞 바닷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바람이 강해서 날씨가 춥다면 추천하지 않지만 따뜻한 날씨에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고 풍경이 탁 트여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습니다. 주변엔 해산물 전문 식당들이 많아 싱싱한 전복죽이나 해물뚝배기로 허기를 달래기에 너무 좋습니다.
성산일출봉은 봄의 생명력과 제주의 웅장함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꼭 일출 시간에 맞춰 방문하지 않아도 이곳은 여전히 아름답고, 그 고요한 기운은 여행자의 마음을 차분하게 감싸 안아줍니다.
3. 추천하는 음식과 카페
여행은 결국 먹는 즐거움으로 완성됩니다. 제주의 신선한 식재료와 감각적인 공간들이 어우러져 여행의 질을 한층 높여줍니다. 특히 봄에는 햇빛 좋은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바닷가 옆 작은 가게에서 해산물을 먹는 순간들이 더 깊이 남습니다.
먼저 ‘애월 우니담’은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모던한 외관이 눈길을 끄는 이곳은 성게알 덮밥으로 유명합니다. 성게 특유의 바다 내음이 살아 있으면서도 비리지 않았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맛은 마치 게장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밥 위에 올려진 성게알과 간장 소스 그리고 김의 조합은 굳이 말을 더하지 않아도 먹는 순간 모두 이해하게 됩니다. 매장 내부는 심플하고 조용했고 창밖으로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어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운 곳입니다.
다음은 ‘홉히’입니다. 이곳은 들어갈 때부터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제주도의 느낌을 강하게 느끼게 합니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통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먹을 수 있으며 이곳의 시그니처인 크림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크림커피의 경우 고소한 크림커피 또는 베리 크림커피 두 종류가 있는데 시트러스향을 좋아한다면 베리 크림커피를 추천합니다.
또 베이커리 카페는 ‘댄싱두루미’입니다. 이곳은 메리어트 제주 호텔의 베이커리 카페로 상당히 높은 층고와 여유로운 공간을 통해 편안함을 줍니다. 커피 뿐만 아니라 베이커리까지 합리적인 가격에 맛 볼 수 있는데 크로아상이 정말 맛있었고 레몬 파운드 케익의 경우 맛을 내기가 어려운데 정말 맛과 당도가 강하지 않으면서 모두에게 맞춰진 맛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바로 '제주시 흑돼지 거리'입니다. 이름처럼 흑돼지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데 대부분 숯불에 구워내는 방식이라 풍미가 깊고 담백합니다. 돼지 특유의 잡내 없이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어 특히 제주 특제 맬젓과 함께 먹으면 고기 본연의 맛이 극대화됩니다. 숯불 향이 스며든 흑돼지를 한입 베어 물면 제주 여행의 피로가 싹 녹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단백질 보충까지 모두 할 수 있습니다.
제주의 봄은 그 자체로 향기롭고, 풍요롭습니다. 그 속에서 제주시의 소박한 일상, 성산일출봉의 웅장한 자연 그리고 먹는 기쁨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는 ‘제주에 다녀왔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