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을지로 여행, 레트로 감성과 힙함의 공존

by JoyfulYouAndI 2025. 5. 7.

1. 세월을 간직한 식탁, 을지로 노포 탐방

을지로를 걷다 보면 서울에서 보기 드문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낡은 간판, 시간의 흔적이 묻은 골목, 오래된 철문 너머로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 이곳은 단순히 ‘핫플’이라는 단어로 설명되기에는 아쉬운 깊은 시간의 층을 지닌 동네입니다. 특히 노포라 불리는 오랜 식당들이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며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와 오래된 서울의 풍경을 선물합니다.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산수갑산’입니다. 을지로3가 근처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순대국밥을 파는 노포로 오랜 세월 단골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진한 사골 국물과 부드러운 순대, 야들야들한 머릿고기가 어우러져 한 숟갈 뜨는 순간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다소 투박한 인테리어와 오래된 간판은 오히려 이곳의 역사와 맛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청와옥’은 최근 방송에서 소개되며 더욱 많은 이들이 찾게 된 곳입니다. 유재석이 언급한 이후 유명세를 탔지만 원래부터도 깔끔한 맛으로 입소문을 타던 집입니다. 이곳의 순대국밥은 잡내 없이 깔끔하고 고소한 국물이 특징이며 편백 솥밥 정식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식사 후 든든함이 오래 남습니다. 인테리어는 깔끔하게 리모델링되어 전통적인 맛과 현대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집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노포는 ‘안동장’입니다. 오래된 중국집이지만 이곳의 굴짬뽕은 단순한 메뉴 그 이상입니다. 굴의 신선함이 살아 있고 국물은 깊고 시원하며 해장용으로도 최고라는 평을 자주 듣습니다. 을지로 한복판에서 이토록 정통적인 중식당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이런 곳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노포들은 단지 ‘맛있는 집’을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시간의 결이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식당을 지켜온 주인의 손길, 오랜 단골들의 정, 그리고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켜온 식탁. 을지로 노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서울의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2. 인쇄골목 사이, 뉴트로의 감성 카페와 맛집

을지로는 오랫동안 인쇄골목으로 명성을 떨치던 곳입니다. 낡은 활자기계 소리와 종이 냄새가 가득하던 거리. 하지만 이제는 그 공간들이 감각적인 감성 카페, 음식점, 바 등으로 재탄생하면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매력으로 삼은 ‘뉴트로’한 공간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을지깐깐’은 그런 변화의 중심에 있는 가게입니다. 베트남 가정식을 내세우는 이곳은 게살국수와 반쎄오 같은 메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을지로12길의 낡은 골목 사이에서 만나는 아시아풍 인테리어와 따뜻한 조명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살국수의 담백하고 고소한 국물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질적일 수 있는 요소들이 을지로라는 배경과 묘하게 어울리는 것이 이곳의 매력입니다.

‘도우또’는 일본식 덮밥을 즐길 수 있는 감각적인 식당입니다. 자이언트 에비동, 특가츠동 등의 메뉴는 시각적으로도 압도적이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내부 인테리어가 세련되면서도 철제 창문, 낡은 벽돌 등을 그대로 살린 점이 인상적입니다. 을지로라는 장소 자체가 하나의 콘셉트가 되어 식사를 넘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라칸티나’는 1967년부터 을지로를 지켜온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지정된 곳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클래식한 이탈리안 요리를 변함없이 내놓는 이곳은 오히려 그 꾸밈없음에서 깊은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들과 낡은 식탁은 과거의 을지로를 상상하게 하고, 오랜 단골들로부터 전해지는 정겨운 분위기는 서울에 이런 ‘시간의 포근함’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줍니다.

이렇듯 을지로의 인쇄골목은 이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인쇄소와 활자기계가 주는 독특한 배경 위에 세련된 디자인과 현대적인 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죠. 이곳을 걷다 보면 단지 카페 투어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박물관을 거니는 기분마저 듭니다.

3. 예술과 시간이 교차하는 공간, 을지로3가 복합문화공간

을지로3가는 서울 도심 속에서 과거와 현재,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지역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인쇄소와 철공소가 밀집해 있던 이곳은 최근 들어 젊은 예술가들과 창작자들이 모여들며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을지예술센터'와 같은 복합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을지예술센터'는 서울 중구 창경궁로 5다길 18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과거 산업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을지로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예술과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문화 행사가 열리며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예술 경험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개최된 전시 '접는 도시'에서는 권지현, 김자현, 민찬욱 등 8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을지로의 근미래를 상상하는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이 전시는 도시의 확장과 균열, 공존의 가능성 등을 주제로 하여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김슬기의 '청키 토템 시리즈'와 박소선의 '을지로에는 공원이 없다'와 같은 작품들은 을지로의 현재와 미래를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며 도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을지로3가의 골목골목에는 이러한 예술 공간 외에도 다양한 공방, 갤러리,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어 방문객들은 산책을 하며 다양한 문화 공간을 탐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들은 과거의 산업적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독특한 감성과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인쇄소를 개조한 카페에서는 과거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와 함께 현대적인 감각의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을지로는 서울의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복합문화지대로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면 다양한 예술과 문화를 경험하며 서울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예술과 산업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을지로3가는 매력적인 장소 입니다.